@yeol.dev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하면서 마케팅에 대해 AI에게 조언을 구해본 과정을 기록해봅니다.
저는 마케팅은 잘 모릅니다. 그래서 당연히 AI의 도움을 받고 싶었는데, 사람에게 마케팅 조언을 구할 때처럼 제대로 된 정보를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계정인지, 타겟층은 누구인지, 현재 어떤 문제가 있는지, 무엇을 개선하고 싶은지 말할 수 있어야 제대로 된 조언을 받을 수 있습니다. AI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AI에게 인스타그램 URL을 주고 알아서 크롤링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AI가 자동으로 어떤 게시물에 어떤 반응이 달렸는지, 무엇이 바이럴했는지, 사람들이 남긴 댓글들은 어떤지, 인게이지먼트 패턴은 어떤지 모든 걸 분석해서 맞춤형 조언을 해줄 수 있을 텐데요.
하지만 막상 시도해보니 불가능했습니다.
ChatGPT에게 @yeol.dev URL을 주고 분석해달라고 해봤더니,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서는 직접 데이터를 크롤링하거나 가져올 수 없다며 거절당했습니다. 플랫폼의 이용 약관과 개인정보 보호 정책에 위배된다는 이유였습니다.
인스타그램 정책 때문에 AI가 직접 크롤링하는 건 불가능했습니다.
가장 이상적인 건 내가 올린 컨텐츠마다 어떤 의도로 올렸는지, 왜 사람들이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는지, 컨텐츠가 어떤 내용인지 미리 적어놔서 그걸 그대로 AI에게 전달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컨텐츠 만드느라 바쁜데 그걸 했을 리가 없습니다 ㅎ.. 그래서 이미 인스타에 올라간 이미지와 영상들을 AI에게 어떻게 전달할지를 고민했습니다.
물론 제게 시간과 끈기만 있다면 컨텐츠들을 쭉 돌아보면서 하나씩 정리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너무 지겨운 작업일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자동화를 하고 싶었습니다.
찾아보니 인스타그램에 내 Instagram 정보 사본 검토 및 내보내기 기능이 있었습니다. 이걸 통해 인스타에서 활동한 내용에 대한 데이터를 다운로드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받아본 데이터를 보니 정말 방대했습니다. 미디어 폴더에는 일반 게시물, 릴스, 스토리는 물론이고 보관처리한 게시물이나 최근 삭제한 게시물까지 모든 콘텐츠가 들어있었고, 인스타그램 활동 폴더에는 내가 남긴 댓글들, 좋아요 기록, 저장한 게시물 등의 활동 기록이 JSON 파일로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심지어 광고 정보, 개인 설정, 로그인 기록 같은 세부 설정까지 모든 게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나의 사생활 같은 정보가 이렇게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으니 괜히 기분이 이상했습니다.
데이터 내보내기는 15분 만에 완료되었습니다. 며칠 걸렸다는 문의글이 있어서 걱정했는데 다행이었네요.
다운받은 zip 파일에는 제가 올린 컨텐츠의 원본 사진과 영상이 있는데 당연히 미디어에 어떤 텍스트가 있고 어떤 내용인지는 안 써있었습니다. 제 컨텐츠는 대부분 영상 혹은 이미지에 정적 텍스트가 들어간 거라서 OCR을 잘해주는 서비스를 찾았습니다. 구글의 Cloud Vision API를 활용했습니다.
Cloud Vision API는 속도가 빨랐습니다. 2-3년간 올린 이미지의 텍스트를 뽑아내는데 30분도 안 걸렸습니다. 텍스트 추출 성능도 꽤 좋았지만, 냅다 모든 텍스트를 추출하니 원본 사진의 맥락이 사라지는 게 문제였습니다. 예를 들어 IDE의 코드를 캡쳐한 사진이 있다면 컨텐츠와 상관없는 IDE의 UI 텍스트까지 뽑아주는 식입니다.
그래서 텍스트 특화인 Google Vision 말고 시험삼아 Claude Code에게 직접 모든 이미지에 대해 분석하라고 시켜봤습니다. 물론 시간은 오래 걸리겠지만 이게 더 결과물은 좋지 않을까 해서였습니다.
하지만 컨텐츠의 맥락을 모른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제 컨텐츠의 대다수가 최신 밈을 활용하는데 이해를 못하더라고요. 이 릴스 를 예로 들면 춤추는 사람을 요리하는 사람이라고 해석했습니다.
그래서 결국은 컨텐츠 자체를 해석하는 건 AI에게 맡기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컨텐츠를 제가 보고 설명을 작성할 수는 없으니 보조 목표로 ‘의미있는 컨텐츠 찾기’가 생겼습니다.
의미있는 컨텐츠 찾기는 숫자 지표를 사용하는 거니 AI를 활용하기 좀 더 수월해 보였습니다. 다만 이번에도 데이터를 어디서 얻어올지가 문제였는데, 이전에 export했던 데이터는 제 활동 위주의 데이터라서 컨텐츠 자체의 지표(좋아요, 공유 등등)는 없었습니다.
인스타그램에는 Insight라고 지표를 제공하는 게 있는데 business.facebook.com 에서 CSV, JSON을 다운받을 수 있게 되어있었습니다. 이걸 활용해서 우선 데이터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걸 GPT에 넣고 적당한 기준으로 의미있는 컨텐츠들을 골라달라고 하니 골라주었습니다. 20여개의 콘텐츠를 담고 있는 json 파일을 얻었는데요, 아래는 그 중 하나입니다:
{
"postId": "18028424141123350",
"description": "A pointer in C is essentially a variable that stores the memory address of another variable...",
"type": "IG reel",
"publishTime": "10/06/2024 07:32",
"metrics": {
"views": 2972337,
"reach": 1463499,
"likes": 108761,
"shares": 38056,
"follows": 1611,
"comments": 364,
"saves": 13508,
"engagementRate": 10.98,
"saveRate": 0.92,
"shareRate": 2.6
},
"permalink": "https://www.instagram.com/reel/DAyTtFCyQrj/",
"contentDescription": "스파이패밀리의 등장인물인 아냐가 손가락으로 다른 아냐를 가리키는 사진을 통해 포인터를 가르키는 포인터를 설명한 밈"
}
위 json에서 contentDescription 필드를 제가 직접 채웠고, 드디어 데이터가 준비되었습니다.
최종 데이터 목록은 이런 식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마케팅 용어와 지표들에 대해서도 많이 배웠습니다. ‘engagement rate’나 ‘reach’ 같은 용어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지, 어떤 지표가 중요한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데이터를 직접 다루면서 마케팅이 단순히 감에 의존하는 게 아니라 체계적인 분석이 필요한 영역이라는 걸 실감했습니다.
위 데이터를 기반으로 GPT-5 Pro, Claude Opus 4.1, Gemini Deep Research 등등 여러 AI에게 물어봤습니다. 인상깊었던 건 GPT는 분석을 시작하기 전에 부연 질문을 요청했습니다. 이를 통해 제 요청도 더 구체화시킬 수 있었습니다.
아래는 최종 프롬프트입니다:
당신은 인스타그램 마케팅 전문가입니다.
저는 인스타그램 개발 계정을 운영합니다. 인스타그램의 팔로워를 늘리고 싶습니다. 이를 위한 현실적인 목표와 계획을 세워야합니다. 종합적인 분석 및 제안 보고서를 작성해주세요. 모든 결정에 데이터가 기반되고 이유와 근거가 있었으면 합니다.
지금까지는 취미로 저한테 재밌는거를 올렸는데 이제 본격적으로 관리하려고합니다. 계정의 정체성도 확립하려고 합니다. 제 컨텐츠들을 보고 어떤 특징이 있는지, 어떤 차별점을 두면 될지 조언해주세요.
분석을 위한 csv, json 데이터를 준비했습니다. Csv 파일에는 컨텐츠별 지표들이 상세하게 나와있습니다. Json 파일에는 제 계정 전반에 대한 지표들이 있습니다. 특히 content_analysis.json에는 제가 생각하기에 중요한 컨텐츠들이 있으며 제가 직접 적은 컨텐츠 소개가 contentDescription 필드에 있으니 주의깊게 읽어보세요.
- colab/리포스트는 할 계획이 없습니다. 다른 인플루언서와 협업할 여유는 없습니다.
- 저장 유도형 포맷인 치트시트·한장요약·코드스니펫 템플릿이 제 계정의 분위기와 맞을지 모르겠습니다. 기존 컨텐츠에 유사한 포맷이 없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대놓고 '당신들에게 무언가를 가르치겠다'의 느낌이 들면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제 계정의 분위기도 대놓고 유익한 컨텐츠를 올리지는 않는거기도 하고요. 동일한 목적의 다른 포맷은 없을까요?
- 해외를 타겟팅해야할지 고민입니다. 제가 숨김처리해서 데이터에는 없지만 영어로 적힌 게시물은 끔찍하게 적은 좋아요와 공유를 얻었습니다. 다만 언어와 무관한 코드 관련된 릴스는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해외에 관련에 어떻게 전략을 세우는게 좋을가요?
- 계정의 정체성에 대해 자세히 적어주세요. 남이 저를 어떻게 바라보고 왜 좋아하는지 궁금합니다. 비교할만한 유사한/반대되는 인플루언서가 있다면 예시로 들어주세요.
- 제 대부분의 릴스 포맷은 (특히 코드 관련된거면) 상단에 고정된 코드 스니펫 스크린샷이 있고 하단에 해당 코드에 비유되는 영상이 있습니다. 혹은 상단에 영상을 설
명하는 영어/한글 텍스트가 있고 하단에 영상이 있습니다.
- 3개월 내로 팔로워 +5000명이 되고 싶지만 그것보다 우선으로 기존 데이터 기반 현실적인 목표를 세우길 원합니다.
- 브랜드 협업/수익화 계획은 당장 없습니다. 팔로워가 늘어나면 진행할 예정입니다.
- 주로 다루는 주제는 컴퓨터 공학 전반, 프론트엔드(자바스크립트), 제 개인 경험들, 개발자 문화 전반입니다. 릴스에서 사용하는 언어는 자바스크립트, 파이썬, C가 대부분입니다.
- 단순히 밈을 퍼오는 계정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재미없게 정보만 들어있는 컨텐츠는 피하고싶습니다. 머지소트 릴스처럼 유익하고 기발한 컨텐츠를 만들고 싶습니다.
- 이미지형 포스트(carousel/image)는 계속 올릴 예정입니다. 스토리는 올리긴하는데 전략이 없어서 체계나 목적 없이 올리는 중입니다.
- 얼굴이나 목소리를 드러낼 계획은 없습니다.
참고로 제 계정은 @yeol.dev입니다.
보고서를 작성하기 전에 단계별로 생각하세요. 매 단계마다 깊게 생각하세요.
계정 현황 (2025년 9월 기준)
퍼널 분석 (발견→팔로우 과정)
타겟 오디언스 분석
콘텐츠 타입별 성과 (최근 90일)
성공 패턴 발견
3개월 액션 플랜
이렇게 GPT한테 자세하고 유용한 조언을 받아놨는데 정작 실천은 제대로 못하고 있습니다.
분석하고 데이터 정리하는 데 너무 지쳐서 정작 중요한 ‘실행’은 미뤄두고 있습니다. 3개월 목표도 세워놨고, 구체적인 콘텐츠 전략도 다 나와있는데 막상 실천하려니 쉽지 않네요…
AI를 위해 데이터를 준비하는 제 모습이 주종관계가 바뀐 것 같기도 하고…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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